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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 만들기
이남희 저 / 유리, 이경희 역

정가 : 25,000 원
페이지 : 518 쪽
ISBN-13 : 9788964372289
출간일(예정) : 2015 년 06 월 22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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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민중의 형성’인가, ‘민중 만들기’인가?
이 책은 한때 한국 사회에서 널리 회자되었던 ‘민중’에 대한 책이 아니다. 혹시라도 이 책을 통해, 민중이라는 단어의 기원, 그 단어가 지칭하는 역사적 실체, 그리고 한때나마 저 ‘민중’이라는 단어가 궁극적으로 가리키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역사 발전의 핵심 ‘주체’를 찾고자 한다면 실망할 수도 있다. 하물며, 그와 같은 주체로서의 민중 혹은 민중운동의 역사적 등장과 성장, 그들의 성공과 좌절을 이 책에서 찾기는 힘들다. 이 책은 ‘민중’이라는 개념을, 그 역사를 그런 방식으로 다루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민중이라는 개념을 그와 같은 방식으로 다루는 데에는 처음부터 많은 한계가 있었다. ‘민중’이라는 단어가 한때 한국의 정치와 사회, 역사와 문화, 경제를 분석하는 핵심 개념으로 회자될 때도 있지만, 사실 ‘민중’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역사는 도대체 그 민중이 ‘누구인가’를 규명하기 위한 수많은 논쟁과 경합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은 민중을 대신해 좀 더 사회과학적인, 좀 더 분석적인 개념이라고 생각되었던 ‘계급’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계급’이라는 개념, 그리고 그 계급 운동의 역사에 대한 논쟁 역시 ‘계급’이라는 개념을 둘러싼 담론 투쟁의 역사였고, 그 자체가 이미 계급(에 관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좀 더 최근에 회자되고 있는 ‘서민’, ‘시민’, ‘다중’, ‘대중’, ‘서발턴’, ‘프레카리아트’ 등등 역시 이 같은 문제를 피해가기 어렵다. 누가 진정한 ‘민중’이며, 누가 진정한 ‘프롤레타리아’인가? 누가 진정한 ‘다중’이고, ‘대중’이며, ‘서발턴’이며, ‘프레카리아트’인가? 그렇다면, 한번 생각을 바꿔 달리 생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과연 ‘민중’이라는 지극히 독특하며 한국적인 개념이 언제 어떻게 형성되었고, 이 같은 개념을 만들어 낸 이들은 누구였으며, 이들이 이 단어를 통해 한국 사회에 미치고자 했던 효과는 무엇이었는지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에서 출발을 한다. 다시 말해, 이 책은 이른바 ‘민중운동’으로 일컬어지는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던 지식인과 대학생에 관한 것으로, 이들이 1970년대와 80년대에 걸쳐 ‘민중’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만들어 내고, ‘민중’에 대해 어떤 논쟁을 벌였으며, ‘민중’에 대한 자신들의 고민을 어떻게 실천했는가를 다루고 있다. 이 책의 제목이 ‘민중의 형성’이 아니라 ‘민중 만들기’인 까닭도 바로 여기에 있다.


2. 역사의 주체는 어디로?
그렇다면, 1970년대와 80년대에 지식인들과 대학생들, 학생 운동권은 왜 민중이라는 단어를 다시 (재)발명해 내야 했던 것일까? 그들은 왜 이 시기에 ‘민중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되었을까? 그것은 바로 우리가 한 번도 역사의 주체였던 적이 없었다는 위기의식, 말하자면 ‘역사 주체성의 위기’ 때문이었다. 일본 제국주의에 의한 식민지 경험, 한국인의 직접적인 참여 없이 이루어진 해방, 외세의 개입에 의한 분단과 전쟁을 겪으면서, 그 어떤 대안에 대한 고민과 시도도 없이 자본주의적 발전이라는 경로로 휩쓸려 가게 된 한국 현대사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그 한축을 이룬다. 다른 한편, 이 같은 위기의식은 산업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유신 체제가 도래한 1970년대에 더욱 증폭되는데, 박정희 정부가 추진한 근대화와 개발은 ‘미완성’의 ‘실패’한 역사가 가져온 궁핍으로부터 탈출을 의미했지만, 그것은 또한 과거와 현재, 도시와 농촌, 노동자계급과 중산층 사이의 심각한 단절은 물론, 억압적이고 체계적인 권위주의 체제의 본격적인 도래를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 혹은 시대 인식 속에서, 당대의 지식인들이 실패의 역사를 극복해 내며, 국가가 주도하는 공식적인 발전 전략과 담론들에 맞설 수 있는 대항 주체로 발명한 것이 바로 ‘민중’이었다. 다시 말해, 민중이란 어떤 물적・역사적 토대를 가지고 있는 분석적인 개념이라기보다는, 지식인들과 대학생들이 간절히 염원하는 유토피아적 지평을 구성하는 대상이자, 기존의 실패한 역사는 물론이고, 국가가 주도하는 발전주의적 지배 담론에 맞서 이들이 쟁투를 벌이는 대항 공론장이기도 했다.

 

3. 문화사에서 공지성公知性 이론까지
그렇다면, 이들은 ‘민중’을 어떻게 재현하려 했으며, 이런 재현이 물질화되어 이루어진 대항 공론장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이와 관련해, 저자는 자신의 방법론을 특히, 문화사적 접근 방식이라고 지적을 하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린 헌트의 ‘정치 문화’(“집단적 목적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또 그것을 형성한 가치관, 기대 심리, 암묵적 규칙”)에 대한 정의에 기반을 둔 것이다. 이 책은 이 같은 방법론에 기대, 시나, 수기, 소설 등의 문학 작품들은 물론이고, 팸플릿, 대자보, 회의 문건, 운동권 학생들이 주도했던 학술대회, 마당극 등에 이르기까지, 당시 지식인과 운동권들이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을 구성하기 위한 활용했던 다양한 민중 프로젝트를 살피고 있다. 이는 어느 서평자의 지적처럼, “새로운 정치적 주체성의 구성을 위한 민중 기획에 대한 저자의 논점을 예증하는 동시에, 당시의 운동권에 대한 세부적이고 풍부한 묘사를 담은 역사 서술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다. 특히, 1970~80년대 학생운동에 대한 세밀한 묘사, 활동가가 되어가는 과정, 그리고 학생운동의 내부 체제 들에 대한 치밀한 서술은 문화 담론적인 것과 정치 운동적인 것의 연계, 혹은 거시적인 것과 미시적 맥락에 대한 정련된 탐구의 한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권영숙, “70년대 이후 한국의 ‘민중’운동, 구성 혹은 해체의 역사?” 『역사비평』 83호, 2008, 463쪽). 나아가, 이를 제임스 스콧, 가야티르 스피박 등의 서발턴 이론, 린다 알코프 등의 페미니즘 이론과 지식인의 책임성에 대한 논의, 마이클 최의 공지성 이론 등 다양한 이론적 성과에 비추어 그 내용을 맥락화하고, 서구의 논의들과 비교함으로써, ‘민중 프로젝트를’ 최신 역사학의 이론적 자장 속에서 새롭게 평가하고 있으며,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 역사의 무대 위에 올려놓고 있다.   



4. 민중과 지식인

현재의 시점에서 회고적으로 되돌아보면, 1970년대와 80년대 지식인들, 운동권의 민중관은 다분히 레닌주의적 전위의 함의를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현의 불가능성이 진리처럼 회자되고, 무엇보다 운동의 당사자성을 강조하는 오늘날의 이론적・실천적 흐름 속에서, 1970년대와 80년대 지식인들이 고민했던 재현의 정치학은 어찌 보면, 진리에 대한 지식인/전위의 독점, 지도와 피지도의 논리를 고스란히 답습하는 것이자, 온정주의적인 민중관에서 그리 멀리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만 비친다. 대체로, 오늘날 이 시기의 운동에 대한 평가는 큰 틀에서 이와 같은 시각에 근거해 이뤄지고 있다. 물론, 저자 역시 당시 민중운동에서 나타난 이러저러한 한계에 대해 지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저자는 당시 ‘운동권’으로 살겠다는 결정은 가장 극단적인 경우 미래를 포기하고, 일시적인 경우라 하더라도 당장 가족과의 모든 관계를 끊어 버리는 고통까지도 감수하는 것을 의미했으며, 따라서 이들은 운동권에 가담하면서 한편으로는 자긍심을, 다른 한편으로는 죄책감을 가졌고, 그런 만큼 이들의 자기희생은 더욱 극적이고 치열했다고 지적한다. 나아가, 이들 역시 역사가 여전히 해명하지 못한 문제, 즉 지식인의 정확한 역할(말하자면, 민중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하는가? 아니면, 지식인의 우월적 지식과 도덕적 권위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고 민중의 뜻에 복종할 것인가?)이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했다. 이 점에서 이 책은 또한 운동권이 민중운동 속에서 이 딜레마와 어떻게 대면했는지, 이를 풀어내기 위해 어떤 다양한 노력을 했는지를 역사화하려는 시도다.

 


┃지은이┃

이남희(Namhee Lee)
시카고대학에서 유럽현대사를 전공하고, 동대학 대학원에서 한국현대사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엔젤레스(UCLA) 문리대 아시아학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2013년 프랑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 초청교수로 초빙되었고, 유럽, 중미, 남미, 한국과 아시아 다수의 대학에서 초청 강의와 특강을 진행해 왔다. 연구 분야는 20세기 사회・문화사, 근대와 민족주의, 사회적 기억과 역사의식, 역사와 문학이다. 대학 시절부터 한국을 포함한 제3세계 인권・민주화운동 지원 활동을 하며 다양한 풀뿌리 단체들과 함께 일했다.
Journal of Asian Studies, Positions: East Asia Cultures Critique 등에 논문이 게재된 것 외에도, “‘민중’에서 ‘시민’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담론 전환”(From Minjung to Simin: The Discursive Shift in Korean Democratic Movements, 2011), “한국전쟁, 기억의 정치학: 영화, 역사, 사회적 기억”(A Construcao Popular da Historia da Guerra da Coreia: Romances Historicos, Filmes de Sucesso e Memoria Social, 2012, 포르투갈어), “천 개의 불완전한 꿈: 분단, 냉전체제, 남・북한의 민족주의”(Tausend keimende Träume erstickt: Die Teilung Koreas, der Kalte Krieg und die Nationalismen zweier Koreas, 2013, 독일어) 등 다수의 출판물에 논문이 발표되었다. 학술기초자료 집필 활동으로는 “한국의 민주화운동”(South Korean Democracy Movement, 2006)이 있고, 곧 출판될 Sourcebook on South Korean Democratization Movement의 공동 편집을 맡고 있다.



┃옮긴이┃

이경희
녹스컬리지,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뉴욕시립대학 헌터컬리지에서 인류학과 여성학을 공부하고, 몬트레이국제대학원에서 회의통역 석사 학위를 수여한 후, 미국 국무부 계약직 통역사를 거쳐, 한국기자협회, 주한외국은행단, 르노삼성자동차, 세계화장실협회등에서 근무했다. 1987~88년에는 인천도시산업선교회에서 미연합감리교 선교사 인턴 생활을 했다. 역서로 A Short History of Korean Labor Movement(1988), Democracy after Democratization(2005; 2012), The Dangsan Tree(2008), Asia in Mobility(2012)와 『위즈덤』(2010)이 있고, The Lines: Asian Perspectives Vol. 2(2011), Korea Journal(2012), Acta Koreana(2014)에 게재된 논문의 번역과 진행을 맡은 바 있다.
khlmiis@gmail.com 

유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회화를,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한국학을 공부했다. 역서로 『대학교수 되는 법』(와시다 고야타), 『키워드』(공역)가 있다. 비영리법인 디자인NGO의 간사를 역임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세계 역사의 무대 위로 올려놓은 걸작이다. 포스트식민주의 사회가 맞닥뜨린 역경에 대한 하나의 답변이자, 사회운동으로서, 그리고 변혁적 공론장으로서 민중은 이 책을 통해 역사적으로 빛을 발하는 하나의 별자리로 떠오른다. 저자가 연구하는 역사학은 우리를 미래로 이끄는 현재의 역사학이다. _낸시 에이블먼, 일리노이대학-어바나-샴페인 

균형 잡힌 시각이 돋보이는 이 책은, 한국이 군사독재에서 왕성한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의 기저를 이룬 정치・경제・사회적 힘이 어떻게 서로 합류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표준적인 연구가 될 것이다. _도널드 N. 클라크, 트리니티대학


현대 한국의 사회・정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운동에 대한 획기적인 책이다. 탄탄한 연구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통찰력으로 가득 차 있으며,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한 학생 운동가와 그들의 지지자들이 경험한 현실에 대한 충실한 기록이다. _조지프 웡, 토론토대학 

민중운동에 대한 풍부한 자료와 능숙한 이야기꾼의 솜씨로, 이 책은 한국 정치・문화사에서 가장 흥미로운 순간들을 포착하고 있다. _구해근, 하와이대학, 『한국 노동계급의 형성』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