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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리아의 씨앗
로버트 데소비츠 저 / 정준호 역

정가 : 15,000 원
페이지 : 334 쪽
ISBN-13 : 9788964372197
출간일(예정) : 2014 년 11 월 17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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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말라리아라는 곤충 매개성 질환의 자연사, 인간사, 그리고 역사적 사건들을 좇으면서,
때로는 위대하며 때로는 쩨쩨하며 때로는 타락하기도 한 과학자들의 모습을 살펴 볼 것이다.”
‒ 로버트 데소비츠

 

로버트 데소비츠(1926~2008) 박사는 연구실뿐만 아니라 수십 년 간 아프리카・동남아시아・인도 등 현장에서 경험을 쌓았으며, 열대 의학의 황금기로부터 쇠퇴기까지를 두루 겪은 학자였다. 또한 그가 쓴 ‘기생충 진단법 교과서’는 뛰어난 유머 감각으로 인기가 있었으며, 흥미진진한 강의를 통해 후배 및 제자들을 이 분야로 이끌었다고 한다. 이 책의 번역자 정준호 또한 데소비츠가 박사 학위를 받았던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의 60여 년 후배이며, 그에게도 데소비츠는 ‘롤 모델’이다.

1. 말라리아에 대한 이야기, 그러나 사실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이야기
열대 의학의 거장인 로버트 데소비츠가, ‘인류의 천형’이라 불리는 ‘대표 전염병 말라리아’와 칼라아자르를 소재로, 인간과 사회와 기생충에 대해 마치 선배 학자나 할아버지처럼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책의 부제, “기생충과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tales)”가 말해 주듯이 말이다. 그 특유의 풍자적이고 유머러스한 필체, 전염병의 원인과 치료법을 발견하기 위한 열대 학자들의 헌신・열정・시행착오 등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 전염병으로 고통 받는 소외 지역과 사람들(그리고 아이를 잃은 어머니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 허황된 약속으로 천문학적인 프로젝트 연구비를 받으면서 정작 현장은 외면하는 연구자들과 관료에 대한 냉정한 비판에 이르기까지…….  마치 말라리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하면서 실제로는 인간과 사회에 대해 말하는 식인데, 현장을 중시하는 열대 의학자의 마지막 세대이자 거장다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2. 전염병에 대해 우리는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 전염병은 한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 책은 무엇보다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의 유행이 던져 준 질문, 우리는 전염병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옮긴이가 어느 자리에서 지적했듯이, 전염병은 그 자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간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국경이라는 경계선은 인간이 만들어 낸 정치적 환상일 뿐, 병원체가 국경을 넘는 데는 비자가 필요 없다.”는 데소비츠의 말처럼, 에볼라 바이러스는 비행기를 타고 국경을 넘어 왔다. 에볼라가 아프리카를 넘어 미국과 유럽으로 전파되기 시작한 뒤에야 비로소 전 세계적인 문제가 되고 백신 개발에 속도가 붙게 되었듯이, 애초에 말라리아 연구가 식민지 원주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식민 ‘모국’의 군인과 관료, 상인들을 위한 것이었듯이, 전염병은 ‘소외’와 관련이 있다.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국가나 사람들만이 치료제나 백신 등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난한 지역 사람들이 전염병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에이즈나 에볼라처럼 일종의 낙인이 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그리고 전염병은 다시 돌아올 수 있다. 한 번 박멸되었다 하더라도, 예컨대, 그리스처럼 공공 의료 예산을 줄이고 난 뒤 말라리아가 다시 돌아온 경우, 한국처럼 북한 지역에 말라리아가 유행하면서 넘어오게 된 경우처럼, 정치・경제・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전염병은 다시 인간과 사회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3. ‘백신’을 찾아서: ‘마법의 총알’을 향한 침묵과 열광
이 책의 마지막은 수천 년간 인류를 괴롭혀 온 말라리아를 ‘한 방’에 치료할 ‘마법의 총알’인 백신을 꿈꾸며, 천문학적 규모의 연구비를 받아 내고도 초라한 성과밖에 내지 못하면서 다시 ‘마법의 총알’을 약속하는 현대 과학계의 문제, ‘실험실 안’의 학문에 행정 관료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행사하는 문제, 그 결과 반복해서 발생하는 연구비 유용 스캔들(백신 사기극)과 범죄, 그것을 향한 침묵과 열광에 대한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신기하게도 ‘황우석 사태’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한 해결법을 찾는 대신 최신 유행의 과학을 좇아 정교한 지적 유희를 즐기는 데 더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겉치레만 화려한 생물공학의 약속은 제3세계 보건 관계자들이 즉효약에만 관심을 기울이게 만들었다. 말라리아 백신은 이제 곧 나타날 듯 소리쳐 댔고, 어제 신문에 찬양조로 실린 유전자조작 모기는 모기 매개 질병에 고하는 마지막 소식이라도 된 듯했다. 그리고 치료와 진단을 제대로 구분하지도 못한 채 디엔에이(DNA) 진단법은 임상적으로 무의미한 수준의 기생충마저 집어내게 되었다.”

4. ‘그곳’의 현실은 변한 것이 없다
‘인도의 한 마을, 비하르에는 32살에 벌써 늙어 버린 수쉴라라는 이름의 어머니가 살고 있었단다. 아이가 몹시 아파서, 타는 듯한 뙤약볕 아래 아이를 업고 13킬로미터를 걸어 보건소에 갔지. 머리맡에 조금씩 모아 두었던 전 재산의 절반인 7루피를 몰래 챙겨서. 돌아올 땐 다시 아이를 업고 먼 길을 걸어올 자신이 없어서 뭐라도 타고 오려고 말이야. 하지만 보건소에는 이미 아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어. 직원이 귀에 속삭였어. 10루피를 주면 순서를 앞당겨 주겠노라고. 그래서 7루피를 전부 쥐어 줬어. 거만한 젊은 의사 말이 아이가 돌림병인 칼라아자르에 걸렸다면서 반드시 약을 사먹으라고 했어. 사먹으라고? 약을 주는 게 아니었어? 아이를 업고 약국을 찾았지. 약국 주인도 말했어. 참, 운이 좋으시다며 마지막 약이 두 병 남았고 형편이 안 좋아 보이니 특별히 3백 루피(!)에 주겠다고. 낙심한 수쉴라는 아이를 다시 업고 머나먼 길을 걸어 돌아올 수밖에 없었어. 더 이상 낼 빚도 없었던 그녀는 몇 루피를 지불하고 전통 약초를 정성껏 달여 먹였지. 몇 주 동안 가족들은 작은 마을 사당에서 매일매일 기도와 공물을 올렸어. 마치 신이 쩨쩨한 공무원처럼 공물이라는 뒷돈을 쥐어 주면 소원을 들어줄 것처럼 말이야. 기운을 차리는 것처럼 보이던 아이가 3개월쯤 지난 어느 날 밤, 죽었어. 슬픔에 잠긴 가족들은 갠지스 강에서 꽃과 함께 아이를 화장했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심했어. 아직 아이가 일곱이나 남아 있었고, 운이 좋았는지 남자 아이가 죽은 것은 아니었으니까’(데소비츠의 목소리로 2장을 요약한다면).


 

 

 

저자 로버트 데소비츠(Robert S. Desowitz)
1926년 태어나 2008년 3월 24일 세상을 떠난 로버트 데소비츠 박사는 연구실뿐만 아니라 현장에서도 오랜 경험을 쌓아 왔다. 1951년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서 기생충학(원충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고, 서아프리카로 건너가 나이지리아에서 수면병을 연구했다. 1960년부터는 싱가포르 의대에서 기생충학 교수로 재직하며, 파푸아뉴기니에서도 연구를 진행했다. 1965년에는 타이에 위치한 동남아시아조약기구SEATO 산하 연구소에서 기생충 분야 총책임자가 되었다. 1968년, 미국으로 돌아온 데소비츠는 하와이 대학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며 평생을 보냈다.
1950년대 모든 기생충 질환을 박멸할 수 있을 듯 보였던 기생충학의 황금기부터, 감염성 질환의 귀환과 열대 의학의 소외를 모두 겪어 온 학자로서 그가 보여 주는 통찰력은 매번 글을 읽을 때마다 놀라움을 선사한다. 미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임신 중 태아에 기생충이 미치는 영향, 특히 면역학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져 임신 중 말라리아에 대한 많은 연구 성과를 남겼다. 또한 케냐와 탄자니아 등을 오가며 현장의 의학 연구자들에게 자신의 경험을 전달해 주었다. 현재 기생충학, 특히 말라리아학을 공부하는 사람들 중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의 흥미진진한 강의를 듣고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데소비츠의 뛰어난 유머 감각은 그가 쓴 기생충 진단법 교과서에서도 드러났다. 교과서를 재미있게 쓸 수 있는 저자는 실로 드물지 않을까. 주변 친구들과 낚시를 떠날 때는 수면병의 매개체인 체체파리를 닮은 낚시찌를 만들어 서로 선물하며 기생충에 대한 애정을 과시했다고 한다. 또한 2004년 그가 창립했던 말레이시아 열대의학회가 40주년 기념행사 초청장을 보내자 정중히 “가족을 버리고 떠나간 죄 많은 할아버지를 이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마흔의 손자가 찾아와 준 느낌이라 가슴이 뭉클하다”는 위트 있는 답장을 보냈다는 이야기도 유명하다. 
현장과 실험실이 적절히 조합되어 있으며, 유머와 생동감, 인간과 기생충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그의 이야기들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이후 열대 의학 및 기생충학과 관련된 대중 과학 저술에도 힘을 쏟아 여러 권의 책을 꾸준히 펴냈다. 대표적으로, 1976년 출간된 『뉴기니 촌충과 유대인 할머니』(New Guinea Tapeworms and Jewish Grandmothers)라는 독특한 제목의 책은 다양한 기생충 질환들을 사람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있다. 그중 1991년 출간된 『말라리아의 씨앗』(The Malaria Capers)은 대중적으로 가장 큰 인기를 얻었던 책이다. 데소비츠는 어떻게 보면 기생충 관련 대중 저술의 첫 포문을 열었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복잡하고 까다롭기까지 한 기생충의 생활과 특성들을 이해하기 쉽게 풀어내는 능력은 글쓰기에 많은 참고가 되고 있다.

역자 정준호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원 기생충학 석사. 기생충의 단백질과 유전자 관련 연구를 했다. 학위 과정 중 로버트 데소비츠 책을 통해 연구에는 실험실 밖의 또 다른 길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후 아프리카 스와질란드와 탄자니아에서 의료 활동을 통해 인간과 기생충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저서로는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2011), 『기생』(공저, 2014) 등이 있다.


 

들어가며 

1. 살라타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1장 칼라아자르 : 검은 질병, 오랜 고통
2. 그날 밤, 소녀가 죽었다
3. 칼라아자르는 도로를 타고
4. 칼라아자르를 찾아서 : 빈대에서 모래파리까지
5. 돌아온 칼라아자르
6. 수상한 구원군, 세계보건기구
7. 공룡 기생충


2장 말라리아 : 치료제를 찾아서
8. 그날 아침, 어머니가 죽었다
9. 원숭이, 사람, 말라리아의 삼박자
10. 말’아리아는 공기를 타고
11. 말라리아를 찾아서 : 독기에서 모기까지
12. 사람과 모기 : 영국 이야기
13. 사람과 모기 : 이탈리아 이야기
14. 환자를 치료하라고, 모기가 아니라
15. 백신을 찾는 여정
16. 말라리아를 판매합니다
17. 벌거벗은 백신 임금님
18. 거대한 사기극


 옮긴이 후기: 여전히 살라타에는 변한 것이 없었다

 칼라아자르/말라리아 연표

 참고문헌

 



“단세포 원충이 어떻게 현대 과학을 쓰러뜨렸는지에 대한 숨 막히는 기록”

월스트리트저널
 

“데소비츠는 질병이 가져다주는 인간적 상처들을 마치 소설가처럼 기록하고 있다. 풍부한 역사적・의학적 기록들이 추리소설처럼 읽힌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열대 의학의 거두인 로버트 데소비츠는 많은 것들을 약속한 현대 과학의 성과가 왜 이리 초라한가를 묻고 있다.
아마존 리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