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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로 사회권
이주희 지음

정가 : 15,000 원
페이지 : 246 쪽
ISBN-13 : 978-89-6437-162-6
출간일(예정) : 2012 년 11 월 30 일

복지국가 담론의 급증,

그 이면에서 확인하는 고용 불안과 빈곤의 위협

 

2011년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의 56.4퍼센트였다. 각종 사회보험 가입률도 정규직의 절반에 불과하다. 비정규직은 1997년 외환 위기 이후 한국 노동시장의 양극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단어이자 집단으로 자리 잡았다. 채용 시점부터 분리되어 정규직 지위에 이르지 못한 채, 정규직 노동운동의 관심에서마저 벗어난 것이 오늘날 비정규직의 현실이다.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되었다고는 하나, 이는 외주화와 해고를 야기하거나 초단기 임시직을 늘리는 등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하고 악화시켰다. 사태의 근본 원인을 도외시한 정책을 도입하고, 대상이 정규직으로 한정된 사회보장 체제의 적용률을 높이는 것만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란 불가능하다. 최근 몇 년간 복지국가 담론이 급증한 것은 고용 불안과 빈곤의 위협이 한계점에 도달한 현실을 반영한다. 이 책은 고용 형태를 개선하지 않고는 진정한 복지국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 아래, 정규직 고용을 조건으로 한 복지 수혜의 기회에서 배제된 비정규직에게도 적절한 사회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주목한다.

 

 

왜 고진로 사회권인가

 

포디즘하 완전고용 시기에는 마셜의 사회권 이론이 제 역할을 했을지 모르지만, 이는 점점 더 많은 노동인구가 표준 고용 관계에서 제공되는 기업 복지와 사회보험의 수혜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현실에는 부적합하다. 그렇다고 적절한 소득이 보장되지 않은 채 일할 의무만 강조하는 복지 계약주의나, 기존의 이중 노동시장이 악화될 우려가 있는 기본 소득 제도만을 한국 사회가 선택할 유일한 대안으로 삼기는 어렵다. 이는 현재 우리 사회가 고용 불안과 저임금 일자리의 확대, 소득 불평등의 심화, 생산적 공공재에 대한 저투자 등 전형적인 저진로 경제의 현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고진로 전략은 고기술 노동자와 협력적 노사 관계를 필요로 하는 만큼, 안정적인 고임금 일자리를 통해 높은 기업 수익과 근로소득을 보장하고, 다양하고 풍부한 공공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저진로 전략과 다르다. 현대사회의 사회권 패러다임이 고진로 경제 모델에 기초해야 하는 이유는,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복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전제하는 경제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데 있다. 이 책에서는 사회권 각 영역에서의 민주적 참여를 기반으로, 기존 표준 고용 관계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변화된 생산 환경에 필요한 유연화를 가능하게 하는 고진로 사회권을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했다.

 

 

한국 사회 정규직과 비정규직은

자신의 일과 생활,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고진로 사회권이 한국 사회에 적용될 가능성을 가늠하려면, 실제로 그 사회권의 수혜자이자 주체인 노동자들의 실태와 인식이 어떤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80명 대상의 심층 면접과 1,020명 대상의 질문지 조사를 토대로 이 같은 작업을 수행했다. 한국 노동자의 일자리 특성은 삶의 질과 행복도, 사회・정치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고용 형태에 따라 복지 정책 시행을 대하는 태도는 어떻게 달라질까? 임금노동자와 비임금노동자는 정부와 시민 가운데 주요 복지 영역을 책임질 주체가 누구라고 여길까? 비정규직 내에서도 더 낮은 사회경제적 계층에 속할수록 정치적으로 무관심하고 복지국가에도 부정적이라는 통념은 통계적으로도 지지되고 있나? 만일 그렇다면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된 구체적인 원인과 기제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 비정규직은 정규직에 비해 좋은 일자리를 구성하는 일자리 특성에 낮은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등 자신의 처지에 대해 체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복지에서 배제되고 열악한 노동조건에 시달리는 문제를 정치적으로나 노동조합과 같은 결사체를 형성해 해결하려는 의사 역시 정규직보다 낮은 수준이었다. 한편 정규직 또는 노동조합에 가입한 조직노동자마저 높은 수준의 복지사회에 대한 인식이나 빈민에 대한 연대감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보이지 않았다. 사회보험 수급 방식과 관련해서는 노조에 가입한 이들일수록 기여가 큰 고소득자가 더 많이 수급하는 방식을 선호하는 등 재분배에 역행하는 의식을 보이기까지 했다.

통계가 보여 주는 현실은 절망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자리는 이미 상당히 이질화되어 이들 사이에서 정책적 연대를 모색하기가 어려워 보일뿐더러, 비정규직에게서 정규직과의 차별 및 격차를 바로잡으려는 정치적 참여 의지를 찾기도 힘들다. 하지만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 복지에 대한 열망이 강하다는 점, 그리고 이에 걸맞은 책무 의식을 지녔다는 사실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는 복지국가를 구체적으로 디자인할 때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갈등과 계층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면, 새로운 사회권 패러다임에 대한 공감대를 넓히는 작업이 불가능하지만은 않으리라고 볼 만한 지점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이해관계, 계급과 계층, 복지 지위 변수에 초점을 맞춰 진행된 기존의 복지 의식 및 태도 연구들과는 달리, 저자는 ‘고용 형태에 따른 복지 의식의 차이’에 주목함으로써 한국 사회에 고진로 사회권을 적용하는 데 긍정적・부정적인 요소 모두를 확인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제시한 대안적 결론, 즉 ① 고임금・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확산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남성과 여성의 평등한 노동권을 보장하며, 일과 생활의 균형을 보장하는 종합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② 시민의 생애 주기에 맞춤한 더욱 진보적인 소득재분배 제도를 도입하며, ③ 새로운 고진로 사회권 패러다임을 확립하려면 우선 국가가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은, 한국 사회의 새로운 복지 패러다임을 고민하는 좋은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주희

위스콘신 대학교(매디슨)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약 7년간 노사 관계와 사회정책을 연구했고,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사회학과에서 관련 주제의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지금까지 노동문제로만 여겨진 비정규직 문제를 고진로 사회권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조명했다. 정규직 지위를 기반으로 마련된 복지국가의 주요 제도를 개혁해 사회권 차원에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 아래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일자리 격차, 사회·정치의식, 복지 태도에 대한 다차원적 분석을 실시하는 한편, 복지국가의 발전 궤적이 서구와는 전혀 다른 한국 사회에 적합한 복지 패러다임을 모색했다.

노동조합 간부와 사회운동가, 노동 전문가가 참여한 21세기 노동 포럼의 운영 성과를 모은 󰡔21세기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과 전망󰡕(편저, 2002), 세계화 이후 노동시장 유연화가 진행됨에도 개별 국가의 노사 관계 제도에는 상당한 자율성과 규제력이 있음을 8개국 사례 비교 연구를 통해 밝힌 The New Structure of Labor Relations: Tripartism and Decentralization(공저, 2004), 최근 논문인 “Between Fragmentation and Centralization: South Korean Industrial Relations in Transition”(2011) 등 다수의 논저가 있다.

서문 8

 

제1부 고진로 사회권 패러다임: 이론과 실제

 

1장|문제 제기: 표준 고용 관계의 쇠퇴와 새로운 고진로 사회권 패러다임의 필요성 15

2장|고진로 사회권 이론과 한국의 현실 29

3장|고용 형태별 삶의 질 실태와 사회권 수요에 대한 자료 및 연구 방법 53

 

제2부 일자리의 사회 정치

 

4장|일자리 실태와 삶의 질, 그리고 행복도 67

5장|일과 생활의 균형: 평등한 노동권을 위한 노동과 복지의 재구조화 103

6장|일자리 격차와 사회・정치의식 130

 

제3부 일자리와 복지 태도

 

7장|한국 사회복지 수요 및 복지 수준 평가 155

8장|복지에 대한 권리 및 의무 의식 비교 182

9장|고진로 사회권 의식의 영향 요인 분석 203

 

10장|결론: 고진로 사회권의 가능성과 과제 228

 

참고문헌 2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