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읽고..

2009-07-10 00:23:38, Hit : 3894

작성자 : 박태웅
<부러진 화살>. 1995년 대학별 입학 고사의 수학 문제 채점위원으로 선정된 前 성균관대 수학과 조교수인 김명호란 사람이 문제 출제의 오류를 지적해 대학당국 및 동료 교수들과 마찰을 빚다가 조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하자 부교수 지위 확인 소송을 냈지만 석연치 않은 이유로 기각당한 뒤 외국으로 나가 연구원으로 힘든 삶을 살다가 귀국해 2005년 학교를 상대로 시작한 교수지위 확인 소송에서 패하자 법전대로 하지 않아 자신에게 패소를 안겼다며 담당 판사인 박홍우의 집에 찾아가 실랑이를 벌이다가 석궁을 발사했다는 이유로 구속된 사건을 다룬 책이다.

권위주의적인 데다가 인맥으로 얽힌 우리 법조계의 관행은 장벽처럼 우리를 가로 막고 있기에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려는 저자 서형(瑞馨)의 의도는 남다른 성실성과 의지의 결과라 해야 할 것이다. 저자는 김명호교수를 인터뷰 하는 과정에 심한 마음의 상처를 입었으며 인간적으로는 좋은 감정을 갖기 어려웠다고 말한다. 착잡한 마음이 든다. 책을 읽는 내내 부도덕하고 불의한 법조계의 관행은 물론 약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사회 때문에 마음이 아팠다. 한편으로는 불합리하고 위선적인 법률가 집단의 실체를 보며 화가 나기도 했다.

그럼에도 작가가 법은 누구를 위해 있으며 판사들은 법의 공정한 집행자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제대로 된 재판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본질적인 문제의식(15 페이지)을 가지고 책을 쓴 것은 <부러진 화살>을 단순한 폭로성 책과 차별짓게 한 요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책을 잘 골랐다는 생각을 했다. 김명호씨의 래디컬함과, 선처에 호소하지 않는 비순응적 태도가 본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음이 분명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사회를 이끄는 계기로 작용하리라 생각한다. 단 가십 수준의 세간의 관심으로는 안되고 <부러진 화살> 같은 책을 통해 진실을 알리는 작업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일반적으로 책의 가치는 사회 통념의 잘못을 지적하고 바른 길을 모색하는 데에 있다. 고민 따위는 접은 채 사회의 통념을 추수(追隨)하는 삶을 사는 것은 쉽지만 진실을 파헤치고 감추어진 실체를 밝히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나는 문제의 오류를 지적한 김명호씨의 가치가 과소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라 생각한다. 김명호교수는 친구인 이경호교수에게 전화를 해 문제 오류로 합격자의 당락이 완전히 바뀌는 상황을 참을 수 없다고 밝혔다지만 합격자의 당락이 바뀌는 것과 무관하게 오류는 적시되어야 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문제는 무조건 덮어두려는 학교측의 태도였다. 잘못을 솔직히 시인했다면 오히려 용기있다 평가받았을 것이다. 문제 오류 지적을 괘씸히 여겨 재임용에서 탈락시킨 학교측의 치졸함은 안타깝다.

저자는 법룰가 집단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위선적인 집단으로 꼽았다. 부도덕하고 위선적이게도 사법정의를 외치는 그들을 보고 있노라면 초현실적 부조리극을 보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든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동의하지만 그 이전에 대학의 위선이 나는 더 마음에 걸린다. 박홍우씨의 진술은 오락가락했고 원래 김명호씨가 지니고 있던 원래의 것이 아닌 수리된 석궁이 법정에 제출된 것은 부조리극을 연상하게 했다.

재판 기록이 포함되었기 때문이지만 1장에서 5장까지의 글은 산만하고 어느 면에서는 소설의 한 부분 같고 지루했다. 하지만 ‘석궁 사건을 보는 시선들’은 참 좋았다. 대미(大尾)를 장식하기에 적당한 배열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김보슬피디와 최갑수교수의 논리는 들을 만 했다. 그럼에도 문형배판사의 말은 듣고 싶지 않은 것은 사법 불신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해야 옳을 것이다. 김명호씨가 약삭빠르지 못하다는 지적은 한 둘의 의견이 아니다. 하지만 저자는 김명호씨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맞서 우리가 그렇게 김명호씨처럼 하지 못해 그를 대면하는 게 괴로운 것이라 말해야 정확할 것이라 말한다.(159 페이지) 김보슬피디도 윤창현기자도 석궁 사건을 다루었고 또 김명호씨를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저자와는 다르다는 느낌이 든다. 김명호씨와 직접 부딪히며 마음의 상처도 입으며 3년 가까운 오랜 시간을 인터뷰와 집필에 매달린 결과인지도 모르겠다.

'비상식이 상식을 힘으로 누르는 것에 대한 몸부림'(책날개 앞면)은 한번만 하면 좋을 것이다. ‘한 시간 빨리’는 ‘한 시간 이른’으로 고쳐야 옳을 것이다.(18 페이지) 그리고 ‘조회를 보냈지만’은 ‘조회를 요청했지만’(25 페이지)으로, ‘일인 시위를 한다던가’는 ;일인 시위를 한다든가‘(33 페이지)로, ’자신의 소송을 이 법을 관련시키지 말아 달라고‘는 ’자신의 소송에 이 법을 관련시키지 말아 달라고‘ 또는 ’자신의 소송을 이 법과 관련시키지 말아 달라고‘(37 페이지)로, ’그런데 전화가 와서는‘은 ’그런데 전화를 해서는‘(42 페이지)으로, ’개개인의 자유과 권리‘는 ’개개인의 자유와 권리‘(47 페이지)로 고치는 것이 옳을 것이다. 그리고 ’박홍우판사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에서 살인의 고의성을 입증해 내기 어렵고...’는 ‘박홍우판사에 대한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고의적으로 살인하려 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어렵고’로 고치면 좋을 것 같다. 김명호씨는 박홍우판사를 살인한 것이 아니니까 살인하려 했다고로 바꿔야 할 것이다.


* 오랜 추적과 노고가 빚은 좋은 책 잘 읽었다는 말을 전합니다.

http://anuloma01.egloos.com/9935311


끄로마뇽
애정어린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지적해 주신 오류는 검토해서 2쇄에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2009-07-13
13:4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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