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의 서평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고명섭기자

2008-11-29 15:15:08, Hit : 3932

작성자 : 서진
휘청대는 법에 굄돌을 깔아라
사법부의 말뿐인 독립과 정치싸움 도구 된 법원 등
민주주의-법치 갈등 허다 시민의 ‘사회적 통제’ 중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아담 쉐보르스키·호세 마리아 마라발 외 지음, 안규남·송호창 외 옮김/후마니타스·2만2000원

하나의 사례에서 시작해 보자.

1930년대 독일 민주주의의 붕괴에 결정적 구실을 한 것은 독일의 사법부였다. 1919년 수립된 독일 바이마르 민주주의 체제 아래서 사법부는 매우 큰 정치적 자율성을 누렸다. 사법부 독립은 법적·정치적으로 보장돼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사법부가 중립적인 것은 아니었다. 제2제국 시절 이래 사법부를 채운 법관들은 권위주의적이고 반민주적이었다. 그들은 바이마르 헌법을 존중하지 않았다. 사법부는 좌파를 억압한 반면에, 극우에는 극히 관대했다. 1918~1922년 사이 우익 투사들은 308건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11명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대조적으로 좌파 투사들은 21건의 살인 사건으로 37명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사법부는 판결을 통해 극우를 격려하고,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믿음을 무너뜨렸다. 반민주주의적 정치인들이 바이마르 민주주의의 위기를 민주주의 자체를 파괴하는 데 사용할 때, 판사들은 거기에 적극 호응했다. 나치는 권력을 얻기 위해 민주주의적 수단을 이용하고 조작했다. 심지어 ‘법의 지배’를 존중했다. 정치인들이 민주주의를 붕괴시킬 때 법이 그것을 저지하기는커녕 오히려 부추긴 것이다.

나치의 집권 사례는 민주주의 파괴가 반드시 불법적 수단을 동원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를 증진시키기도 하지만, 역으로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죽이기도 한다. 아담 쉐보르스키, 호세 마리아 마라발 등 일군의 정치학자들이 함께 쓴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의 관계를 진지하게 따져 묻는 책이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가 순조롭게 조응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현실에서는 이 두 제도는 긴장·갈등·적대 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럴 때 둘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하면 올바른 방향으로 재조정할 수 있느냐를 숙고하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법의 지배, 곧 법치란 사람의 지배, 곧 인치에 대립하는 말이다. 전제권력자가 아무런 제약 없이 멋대로 통치하는 것이 인치다. 이 인치를 대체한 것이 법치다. 민주주의가 발전할수록 법치의 기능은 정교해지고 중요해진다. 최상의 상태는 법의 지배가 민주주의와 일치하는 것이다. 민주주의가 가장 높은 수준에서 작동할 수 있도록 법이 밑받침 노릇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이상적인 모습은 현실에서는 구현되기 어렵다.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는 대립 관계에 놓이기 일쑤다. 문제는 그 대립이 민주주의를 약화시키거나 무력화시키는 경우다.

이 책은 법의 지배가 등장하는 맥락을 권력 독점의 해체에서 찾는다. 권력이 한곳에 집중돼 있을 때 법은 기껏해야 누군가의 지배 도구로 사용될 뿐이다. “상호 갈등적인 정치적 행위자들이 법에 따라 갈등을 해결하려 할 때” 그때가 바로 법의 지배가 등장하는 때다. 이때 법이 정치적 갈등을 효과적으로 중재하는 중립적이고 공정한 판관 노릇을 한다면, 민주주의 체제는 정상적으로 작동할 것이다. 법이 그런 구실을 하려면 사법부의 독립은 필수적인 전제 조건이다. 이 책이 주목하는 지점은 사법부의 독립이 자동적으로 법의 공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법이 공정성을 구현하지 못하는 상황은 몇 가지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고명섭 기자 michael@hani.co.kr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2470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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