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 '참된 시작'을 위해
4장 진보 정당 운동의 독자적 정립기: 1997년 '국민승리21'에서 2004년 17대 총선까지, pp. 15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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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참된 시작’을 위해 6
제1장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적 단절기: 대한민국 정부 수립부터 박정희 정권의 붕괴까지 17
1. 냉전 분단 반공 체제의 고착화와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의 역사적 결빙 19
2. 진보 정당 운동의 좌절과 침묵 24
3. 1961년 5‧16 군사 쿠데타와 역사의 단절 : 진보 정당 운동의 ‘지하화’와 ‘의사’ 진보 정당의 출현 40
제2장 진보 정당 운동의 정치적 모색기: 1980년 5월 광주에서 1987년 정치적 개방까지 45
1. ‘야누스의 두 얼굴’ 자유주의 보수 야당 : 민주화 투쟁의 정치적 상징이자 권력 기회주의적 정치집단 48
2. 독자 세력화에 대한 정치적 모색 52
제3장 합법 진보 정당의 정치적 실험기: 1988년 민중의당에서 1996년 총선까지 79
1. 87년 민주화 이행과 민주화 ‘이후’ 정당정치의 궤적 83
2. 합법 진보 정당 건설을 둘러싼 다양한 논쟁과 정치 실험 87
제4장 진보 정당 운동의 독자적 정립기 : 1997년 ‘국민승리21’에서 2004년 17대 총선까지 151
1. 1997년 15대 대선과 ‘국민승리21’ 운동 155
2. “노동자가 앞장서는 민중 중심의 정당”, 민주노동당 169
3. 선거를 통한 자립화 179
4. 2004년 17대 총선과 민주노동당의 원내 진출 209
제5장 갈라섬을 통한 새로운 모색의 시작: 2004년 총선 이후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까지 225
1. 2004년 총선 이후 당의 역량 강화를 위한 쟁점과 현안들 227
2.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 : 정파‧제도‧리더십 241
제6장 진보 정당, 새로운 희망의 언어가 되기 위하여 283
참고문헌 301
찾아보기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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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 ‘참된 시작’을 위해
이 책을 쓴 이유
이 책은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적 궤적을 통해 한국 현대 정치를 조망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하고 있다. 나아가 현대 정치사의 흐름 속에서 한국의 진보 정당이 추구해 온 목표는 무엇이었고 그들은 어떤 이념과 가치 체계를 발전시키고자 했는지, 그 구체적인 정치적 실천은 어떠했고 그에 대해 대중은 어떤 판단과 선택을 했는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진보 정당의 개념 정의는 관점에 따라 다양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는 좁은 의미로 사용하려 한다. 필자가 주목하는 진보 정당이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의 지지와 참여를 바탕으로 선거라는 합법 공간에서의 경쟁을 통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지향하고, 궁극적으로는 불평등과 차별 등 불합리한 사회관계의 민주적 변혁을 통해 ‘또 다른 세상’을 추구하는 정치적 결사체를 뜻한다.
1945년 해방의 벅찬 감격으로 시작된 한국 현대사는 억압과 저항이라는 이중의 흐름 속에서 자신의 궤적을 그려 왔다. 한편으로는 권위주의 독재 통치와 국가 폭력으로 인한 공포와 배제 및 그것이 양산해 낸 무수히 많은 역사적 희생이 있었다.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폭력에 맞서 인간의 존엄성을 되찾기 위한 실천으로서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이 지속적으로 전개되어 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진보 정당 운동은 여러 역사적 충격을 대면해 왔다. 분단국가의 형성으로 마감된 격동의 해방 정국, 보수 독점적인 정치체제를 낳고 민주 변혁을 향한 저항적 실천의 불구화를 가져온 한국전쟁, 민주주의의 질식과 진보의 강요된 실종을 가져온 권위주의 체제의 등장, 다양한 대안적 실천과 담론들을 양산시킨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 선거 정치와 정당 정치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가져온 1987년의 정치적 개방, 1980년대 말부터 연쇄적으로 나타났던 현존 사회주의 국가들의 붕괴, 대중적 관심과 참여 속에서 진보 정당이 결성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1996~97년 총파업 연대 투쟁, ‘진보 정치 1백만 표 시대의 개막’을 알린 2002년 16대 대선, 진보 정당의 원내 진출과 13% 지지율 획득이라는 쾌거를 이룩한 2004년 17대 총선, 진보 정당 운동에 내재해 있는 위기 요인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2008년 민주노동당의 분당 사태 등이 그 주요 목록들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1950년대의 진보당, 1960년 4월 혁명 공간에서의 4대 혁신정당, 1980년대 후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민중의당’과 ‘민중당’, ‘통합민중당’, 그리고 1990년대 후반의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다루고 있다. 2004년 총선에서 성과가 나오기까지 진보의 정치 세력화와 정당 결성을 향한 발걸음은 역경과 좌절과 실패로 점철되었다. 직접적이고 일차적인 원인은 독재 권력의 탄압과 감시와 방해 때문이었지만,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은 대중적 기반의 취약 또는 결여에 있었다. 분단에 의한 이데올로기 지형의 협소함과 그로 인한 ‘적색 공포증’과 ‘진보 기피증’의 사회화 속에서, 그리고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와 폐쇄적인 정치사회 속에서 진보 정당 운동이 생산해 낸 비판의 언어들과 대안의 담론들, 그리고 그것에 기반을 둔 정치적 실천이 다수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가지 못했던 것이다.
진보 정당 운동의 실패와 지체의 원인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무엇보다 1987년 민주적 전환의 국면에서 진보 정치와 관련해 운동의 주체들이 보여 준 문제, 그 한계와 시행착오와 방향 선회, 전략 전술적 오류와 정치적 무능력 등의 요인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서는, 사회주의권의 붕괴와 민주화 이행을 계기로 ‘범진보’ 진영에 속했던 많은 활동가들이 이러저런 명분을 앞세운 채 민주 변혁의 전망을 포기하고 개별적으로 탈주한 것, 자유주의 야당 세력과의 연대에 우선적 가치를 부여한 이른바 ‘민주 연합파’, 특히 비판적 지지파가 운동 진영 내부의 다수파를 형성한 가운데 ‘민중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를 앞세운 진보 정당 건설을 반대하고 거부한 것, 낡은 정파 구도에 포획됨으로써 진보 정치 운동 내부에 ‘차이 속의 연대’가 빈곤한 것, 진보 정당 운동의 핵심 기반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조합운동의 이익집단화 추세와 무임승차 논리의 득세가 빚어낸 부정적 효과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 보수 정치 질서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국은 그것에 안주해 버리는 식의 정치적 선택을 하는 진보적 대중의 이율배반적인 태도는 어쩌면 그 자연스러운 귀결이었다. 설득력 있는 정치적 대안이 존재하지 않을 때, 대중이 고단한 현실로부터의 집단적 탈출의 가능성을 포기해 버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진보 정치의 활성화는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인가.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먼저 그간의 진보 정당 운동이 보여 주었던 좌절과 성공의 경험에 대한 깊은 역사적 성찰을 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필자인 나 자신에게도 절박했다. 사실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를 쓰게 된 데에는 몇 가지 개인적인 고민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다양한 질감을 지닌 진보 운동들과 그들이 표방한 가치들, 그리고 민주주의가 오늘을 힘겹게 살고 있는 다수의 대중에게 희망의 언어가 되지 못한 지금의 시점에서, 위기에 처한 진보와 민주주의 운동의 이론적‧실천적 고민은 어디에서 시작되어야 할까라는 물음이 첫 번째 화두였다.
다음으로는 한국 현대 정치사의 온당한 이해와 관련해 그동안 제대로 조망되지 못한 주요 영역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라는 사실이 한국 정치사를 전공해 온 필자의 책임 의식을 불러일으킨 측면이 있었다. 즉 반공 체제와 결합된 오랜 권위주의 독재 권력 하에서 잘못된 통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인 탄압의 대상이자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만 진보 정당 운동에 대한 온당한 역사적 지위의 복원과 복권이 필요하다는 나름의 문제의식이 있었던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진보 정당 운동을 둘러싼 네 가지의 기억, 즉 독재와 억압의 기억, 그에 대한 저항과 투쟁의 기억, 억압과 저항의 충돌 속에서 발생한 역사적 희생에 대한 기억, 그리고 대중적 침묵과 방관의 기억 등을 제대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셋째, 특히 1987년 정치적 개방과 민주적 전환의 시점을 되돌아볼 때, ‘왜 우리는 그때 좀 더 현명하지 못했을까’라는 자괴감이 일정하게 필자를 부추겼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1987년으로 상징되는 이른바 ‘비상한 국면’을 전후한 시기에 대한 집합적 기억을 환기시키려는 것이다. 독재에 맞서면서 함께 나눈 꿈과 집합적 열정이 제대로 발산되기 위해서 필요했던 것은 바로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의 변화였으며, 그것은 새로운 정당의 건설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1987년 이후의 시기는 운동 주체들의 좌절과 상처의 심화 속에서 진행된 실패와 반목의 역사에 다름 아니었다. 이에 대한 원인을 제대로 규명할 때 비로소 새로운 시작은 가능할 것으로 봤다.
끝으로, 국민승리21과 민주노동당을 거쳐 진보신당에 이르기까지 지난 십 수 년 동안 진보 정치 운동 및 당 활동과 관련한 개인적인 경험과 실천적 고민들을 한 번쯤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싶은 욕심도 이 책을 내는 데 어느 정도는 작용했다고 할 것이다.
책의 구성
이 책이 모두 새롭게 쓴 글로 채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 한편으로 지난 10여 년간 한국 진보 정당 운동 및 현대 정치사와 관련해서 쓴 30여 편의 글을 다듬었고, 다른 한편으로 그래도 비어 있는 부분은 새로운 글로 보완했다.
이 책은 한국전쟁 이후 진보 정당 운동 역사의 궤적을 다섯 시기, 즉 ‘역사적 단절기－정치적 모색기－정치적 실험기－독자적 정립기－새로운 모색기’로 구분하고 있으며, 특히 1987년 이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기본적으로 각 장은 해당 시기의 정치 상황을 개관한 뒤 진보 정당 운동의 실천 활동을 살펴보고 있으며, 진보 정당 운동을 둘러싼 주요 논쟁, 그 과정에서의 내부의 긴장과 갈등에 초점을 맞춰 서술되어 있다.
1장 “역사적 단절기”는 한국전쟁 이후 1980년 5월 광주의 비극 전까지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금단과 배제’를 내용으로 한 정치의 지형과 ‘보수 독점적 정당 체제’의 형성에 초점을 맞춰, 해방에서 분단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대역전’의 과정, 실패한 두 개의 정치 실험으로서 조봉암의 법살(法殺)과 진보당 운동의 좌절 및 1960년 4월 혁명과 혁신정당 운동의 실패, 지하로 내려간 진보 정당 운동과 ‘의사’ 진보 정당의 출현을 통해 박정희 통치 18년 동안의 좌절과 침묵과 역사의 단절을 개략적으로 살펴본다.
1980년 5월 광주 이후 1987년 대통령 선거까지의 기간을 다루고 있는 2장 “정치적 모색기”에서는 1980년 5월 광주에 대한 반성적 성찰 속에서 진행된 노동자와 민중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 모색을 다룬다. 여기에서는 먼저 ‘야누스의 두 얼굴’을 지닌 보수 야당의 정체성 빈곤과 기회주의적 정치 행태를, 그리고 1985년 총선 및 그 이후 운동 진영 내부의 다양한 개헌 논쟁과 1986년 5‧3 인천 투쟁을 살펴본 뒤에, 독자적 정치 세력화에 대한 모색을 서노련과 인민노련의 대중정치조직(MPO, Mass Political Organization) 노선, 1987년 민주 항쟁과 1987년 대통령 선거 국면에서의 운동 진영의 선거 전술과 후보 전술 논쟁을 알아본다.
3장 “정치적 실험기”는 1988년 민중의당에서 1996년 총선까지의 기간을 다룬다. 여기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위상이 높아진 선거 정치와 정당 정치, 정치 공간의 개방 속에서 진행된 세 가지 정치 실험과 논쟁, 1988년 총선－1992년 총선과 대선－1995년 지자체 선거－1996년 총선 등 민주화 이후 선거에서의 진보 정당 운동의 실천과 그 실패의 과정을 민중의당, 민중당, 통합민중당의 실험을 통해 살펴본다.
4장 “독자적 정립기”는 1997년 국민승리21 결성에서 2004년 17대 총선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에서는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와 국민승리21 운동, ‘노동자가 앞장서는 민중 중심의 정당’으로 출범의 돛을 올린 민주노동당, 2000년 총선과 2002년 지자체 선거와 2002년 16대 대선, 한국 현대 정치사를 새로 쓰게 한 2004년 17대 총선 등 선거 투쟁을 통한 민주노동당의 독자적 자립화 과정을 다룬다.
5장 “갈라섬을 통한 새로운 모색의 시작”은 2007년 대선을 경과하면서 민주노동당이 어떻게 분당 사태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그리고 왜 진보 정치의 새로운 모색이 필요한지를 특히 2004년 17대 총선 이후 폭발한 민주노동당 내부의 정파 갈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6장 “결론”에서는 민주화 이후 20년의 한국 정치야말로 사회에 뿌리를 내리지 못한 정당 민주주의의 부재가 빚어낸 부정적 결과를 잘 보여 주는 적절한 사례라는 전제 아래, 1987년 6월 이후 20년을 우리 사회 중하층을 탈출구 없는 고단한 삶으로 내몬 ‘위기의 민주주의 시대’로 규정하면서, 왜 정당정치와 진보 정당에 주목해야 하는지, 다른 종류의 대안 진보 정당의 길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말하고 있다.
아쉬움과 고마움
막상 글을 마감하려고 보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책의 전체적인 짜임새도 그렇고, 또 대상 시기에 있어서 한국전쟁 이전과 2008년 이후를 다루지 못한 점도 그렇다. 추후의 작업으로 보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개인적인 바람과 함께, 그럼에도 한국 진보 정당 운동의 역사와 현대 정치사를 살펴보는 데에 이 책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었으면 하는 작은 소망을 가져 본다.
모든 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다. 먼저 이 책을 고려대학교 아세아문제연구소의 민주주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집필하게 해주신 최장집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한국정치연구회와 그 이후 오랫동안 고락을 함께 나눠 온 박상훈, 정민용 님을 비롯한 후마니타스 출판사의 모든 식구들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아마도 이 책은 세상의 빛을 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아울러 주변의 불편한 시선과 이러저러한 상처 속에서 진보 정당 운동이라는 고난의 가시밭길을 묵묵히 걸어온 모든 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한다. 끝으로 내일이면 오십을 바라보는 막내를 여전히 철부지로만 생각하고 계신 어머니, 지난 20여 년간 늘 곁에서 변함없이 지켜보면서 힘을 주고 있는 아내 채경숙, 사랑하는 두 딸 민정, 민지와 이 책을 통해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나누고자 한다.
끝으로, 1990년대 초반 ‘참된 시작’을 말한 어느 시인의 노래로 한국 진보 정당 운동사의 궤적을 따라 ‘긴 시간, 짧은 역사 여행’을 시작할까 한다. 그것은 이 시의 내용이 1990년대 중반 무렵 박사 논문을 마무리할 당시 필자의 고민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로부터 십 수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후회는 없었다 가면 갈수록 부끄러움뿐
다 떨궈 주고 모두 발가벗은 채 빛남도 수치도 아닌 몰골 그대로
칼바람 앞에 세워져 있었다
……
아무 말도 아무 말도 필요 없었다
절대적이던 남의 것은 무너져 내렸고
그것은 정해진 추락이었다
몸뚱이만 깃대로 서서 처절한 눈동자로 자신을 직시하며
낡은 건 떨치고 산 것을 보듬어 살리고 있었다
땅은 그대로 모순투성이 땅/뿌리는 강인한 목숨으로 변함없는 뿌리일 뿐
여전한 것은 춥고 서러운 사람들, 아
산다는 것은 살아 움직이며 빛살 틔우는 투쟁이었다
……
이 겨울이 언제 끝날지는 아무도 말할 수 없었다
……
모두들 말이 없었지만 이 긴 침묵이
새로운 탄생의 첫발임을 굳게 믿고 있었다
그해 겨울,
나의 패배는 참된 시작이었다
(박노해, “그해 겨울나무”, <참된 시작>, 창작과비평사, 19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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