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예정된 실패도식 뛰어넘은, '무대뽀' 정신의 『우리 균도』(비마이너)

2015-03-18 11:19:27, Hit : 1409

작성자 : 관리자

‘우리 균도’.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두 사람이 큰 배낭을 메고 먼지 많은 도로변을 터벅터벅 걷고 있는 뒷모습이 눈앞에서 펼쳐진다. 발달장애 자녀와 함께 살아온 굴곡 많은 삶. 보이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을 텐데 이진섭 씨는, 이 식구들은 도무지 숨기는 부분이 없다. 그래서인지 쉬운 어조로 쓴 책인데도 세월과 고난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다.  

지하철에 앉아 읽다가 어느새 마음이 많이 무거워져서 무릎 위에 한참 엎어놓았다. 아들과 아버지가 서로 마주 보고 눈을 맞추고 있는 하늘색 표지가 비로소 눈에 들어온다. 곁에 앉은 아주머니 한 분이 관심을 보이신다. 이러저러한 책이라고 말씀드렸더니 이해된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자식 쳐다보고 있는 아버지 표정이 참 절절하네. 에구,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라고 덕담을 하신다. 그 착한 마음이 고맙다.  

발달장애에 관련된 세 개의 법안이 기적처럼 국회를 통과할 때 많은 사람들의 헌신과 숨은 노력이 있었다. 그래도 법의 제정 과정에 가장 큰 기여를 한 사람을 꼽아보라면 나는 서슴지 않고 이진섭 씨와 균도 씨를 추천할 것이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서 올라온다고? 그래서 무얼 바꾼다는 건지?’ 머리로만 살던 내게는 그 대책 없는 무대뽀 정신이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두 사람은 나의 예정된 실패도식을 훌쩍 뛰어넘어 사람들의 상처와 낙심을 싸매며 치유하는 “땅 밟기”를 이어갔다. 그래서 나는 이진섭 씨와 균도 씨에게 크게 빚진 마음이 있다.  

시의원 선거에 출마하고 원전 소송을 이어가고 있는 이진섭 씨는 여전히 라만차의 돈키호테 같기만 하다. “옹” 표정을 짓고 승리 손표시를 하는 균도 씨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럭비공 같다. 그래도, 아니 어쩌면 그래서 두 사람이 참 좋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펼쳐보았으면 좋겠다. 이 책은 단지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사람, 부모와 자녀의 존재와 역할, 함께 살아가야 할 세상에 대한 중요한 물음이다. 희망에 대한 선언이다.

한국장애인부모회 부회장 이경아 beminor@beminor.com